벌써 2024년 2월의 셋째주가 되었네요.
아직 업무가 많이 바빠지진 않아
시간 내서 전시도 다녀오고요.
결혼 기념일도 있어서 꽃 바구니도 받은
일상이야기 시작해볼게요!
episode 1. 눈물버튼
언제부턴가 부모님을 뵙고오면 좋은 마음보다
슬픈마음을 가지고 돌아오게 되는 것 같아요.
평생 본인 일 하시며 아빠, 언니, 저를
케어해주시면서 집안일은 집안일대로 하시던
즈히엄마는 슈퍼우먼 같았어요.
언제나 퇴근하고 돌아오셔서도
밤 12시까지 서서 반찬이며 빨래며 청소며
집안일을 하시고 새벽이 되어서야 주무셨어요.
그때 좀 도와드렸으면 좋았을텐데
언니는 좀 도왔지만 그때 전
별생각이 없어서 참 편하게 살았죠 ㅋㅋㅋㅋㅋㅋ
세상의 엄마들은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아서
난 저렇게 다 잘할 자신이 없다는 생각을
엄마를 보며 자주 했던 것 같아요.
즈히 엄마가 무릎이 오래전부터 안 좋으세요.
평소엔 주로 앉아서 사무업무를 보시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일이 터져서 계단으로
오르내리고를 많이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무릎에 무리가 갔나봐요.
걷기 힘들어하시는 걸 보는데 또 눈물샘 자극,
으윽⚡️ 잘 참고 밥도 먹고 재미있게 놀았어요!
매번 명절때마다 드리지만 설이니 세뱃돈 드린다는
농을 던지며 용돈 두둑하게 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김스방에게 전해들은 이야기..
언니랑 제가 잠깐 뭘 사러 집을 비운사이,
김스방하고 이러저런 이야기를 하셨나봐요.
그러다 제사이야기를 하시면서
저희 아빠 돌아가시고 쭉 제사 지내왔는데
이제 그만지내고 그냥 아빠 있는 곳에가서
보고 맛있는 거 먹고 그렇게 할까하신다며
나중에 본인 없으면 제사 지내는게 자식들한테
부담이 될 것 같아서 본인이 살아있을때
제사를 정리하고 싶으시다고 하셨다는 거에요..
저희한테 이렇게 말하면 슬퍼할거라고 남
편한테만 비밀로 말하셨다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김스방이 조심스럽게 얘기해주더라고요.
그 얘길 듣는데 맘이 너무 아프고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서
빡⚡️하고 눈물버튼이 눌려서는 터져버렸죠.
너무너무 슬프더라고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아요.
그러고 집에 오자마자 이유없이 아프기 시작했어요.
대자연때문인가 싶어 약도 먹고 근육통인가 싶어
부항도 뜨고 속도 안좋아서 체한건가 싶어 손도 따고
소화제도 먹고 나중엔 목디스크인가 의심도 했는데
3일 누워서 잠만 자고 쉬니까 나아지더라고요.
그래도 기분은 저 지하세계까지 내려가 있었죠.
복합적인 이유였겠지만,
제 슬픈 마음이 가장 큰 영향이었을 것 같은 느낌..
어제 겨우 좀 괜찮아지고 남편하고 산책도 하고
하니까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엄마가 하신 말을 스트레스라는 단어로 지칭하고 싶진 않고..
마음이 쓰인다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엄마가 무척이나 마음에 쓰이네요.
인간은 왜 꼭 낡고 아파가면서 생의 마지막을 향해
걸어가야하는지 전 그게 참 속상하고
억울하고 한스럽습니다.
episode 2. 전시
너무 보고 싶었던 전시를 보고 왔어요.
기간도 짧고 몸도 안좋아서 포기할뻔 했지만
저녁 늦게 예매를 하고 다음날 바로 다녀왔어요.
성수동에 있는 베이직스튜디오라는 곳에서
배우 류덕환이 이끄는 예술 프로젝트,
에틱(ETIK)의 전시 ‘NONFUNGIBLE : 대체불가한 당신의 이야기’
배우 천우희, 지창욱, 류승룡, 박정민 이렇게
총 4명의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그 배우들의 고민과
생각들을 들을 수 있고 그 내용들을 기반으로
배우들답게 본인이 오브제가 되어 만든
영상 결과물도 볼 수 있었어요.
‘기록’에 대한 중요성과 붐은 여전히 불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오래전부터 ‘기록’에 대한 것들을 텍스트로,
사진으로 꾸준히 기록을 해오시는 분들도 많았지만
최근에 텍스트와 사진을 뛰어넘어
더 다양하고 고퀄의 기록들이 늘어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특히 코로나로 인해 집콕시간이 늘어가며
기록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겼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런거 보면 세상을 오타쿠들이 바꾼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 같진 않아요.
그래서 오래전부터 ‘남다른 기록법’으로 성실하게
걸어오신 일반인 유튜브들 중에서도
크게 성공하신 분들도 생기고요.
제가 좋아하는 예진문, 이연 님 같은 분들 말이죠.
이 전시도 그렇게 나온 또다른 줄기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시 순서의 첫번째는 천우희 배우님이었어요.
인터뷰내용을 듣는데 누구랑 친하냐 등의
사적인 내용이 도대체 왜 궁금한지 모르겠다며ㅋㅋㅋ
내가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자기랑 친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참 답하기가 어렵다고 그런 질문 자체가 이상하다는 그녀.
ㅋㅋㅋ 그런 사람들이 신기하다는 말에
뭔가 저랑 생각이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웃음이 나더라고요.
그치만 뭐 배우니까 신비로운게 있어서
그런 사소한 것들이 궁금해서
물어볼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어요.
가끔 무례함이 호기심을 이겨서 아슬아슬 선넘는 사람들을 보면
이런 생각하는 내가 이상한가, 사람들은 다 저러는데?
라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있는데
천우희님의 얘기를 들으니 뭔지모를
동질감 느껴 위로가 되더라고요.
전 세상에서 가장 큰 위로는 ‘공감’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 나를 진심으로 공감해주거나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하다보면
그보다 더 애틋한 위로는 없구나 느끼거든요.
뭐랄까..저곳에서 예기치 못한 뜻밖의 위로를 받았습니다. 에헴
그리고 ‘사람을 점수로 매기는 것이 싫다’라는 그녀는
본인 몸 곳곳에 점수를 적고
나중엔 다 지우시는 영상이 있었어요.
배우들은 손, 어깨, 목선, 인중 등 모든 곳들이
다 카메라에 잡히고 대중들에게 보여지니까
몸의 부위별로 디테일하게 점수를 적어놓은 게
참 배우답게 풀어낸 영상 이다 생각했죠.
두번째는 지창욱 배우였어요.
지창욱 배우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 중에 하나에요.
눈빛으로 하는 연기를 잘하는 것 같아서 좋아하죠.
이분은 이날 진짜로 본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매니저도 없이, 머리도 감지 않고 왔다는데
그래도 이정도 비주얼이라니 역시 배우는 배우구나 싶었어요.
요즘 딥페이크 기술로 정말 감쪽같이
그 사람인 것처럼 나오는 영상들 많잖아요.
목소리도요.
지창욱 배우님은 처음엔 정말 좋은 기술이다
생각했다가도 그것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사람들은 진짜를 보고 싶어할거다라는
생각이라고. 그게 인간의 본능이라고 생각한데요.
‘진짜는 진짜니까’ 아..일명 ‘진짜개똥철학’이야기는
제가 진짜 할말이 많은데,
길어질 것 같아서 그만 줄이고 에헴..
류승룡배우님은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단단하고 자기만의 철학이 짙으시더라고요.
오랜시간 무명으로 다져진 내공이 느껴졌어요.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한 사람들은
말하고 쓴 글들을 보면 느껴지잖아요.
생각을 깊이, 많이 하는 게 안 좋다고 말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전 그 생각의 질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해요.
이런 분들을 보면 가슴깊은 곳에서부터
멋짐의 희열을 느끼곤 해요.
‘아 나도 저런 멋진사람이 되고 싶다..’라면서요.
배우 박정민님 인터뷰를 보는내내 삐쭉빼쭉 날선모습이
꼭 저의 20대초반때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요.
아니 모두의 반항기를 보는 느낌일까요?ㅋㅋㅋㅋㅋㅋㅋㅋ
전 희극도 좋아하지만
인간의 어두운 내면 깊은 곳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비극도 참 좋아해요.
그런걸 보면 뭔가 속이 시원하다 해야하나,
그래서 20대 중반까지 그런 극들을 찾아서 보면서
혼자 무릎을 탁치고 감탄하며 보낸 시간들도 꽤 있었으니까요.
가끔씩 어떤 책이나 글에서 날선 느낌을 받거나
그런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말하는 사람을 마주할때가 있죠.
개인적으로 그런 사람들은 가까이하고 싶지 않긴한데
그중 그게 정확히는 뭐라고 지칭하긴 애매한데
아주 미묘하게 뭔가가 더 있어서 부정적이지만
흥미롭고 매력적이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어요.
박정민배우가 그런의미로
참 매력적이게 느껴졌습니다.
이분 책도 읽어볼까봐요.
허지웅님 글처럼 날이 삐쭉빼쭉 서 있겠죠?
전시 마지막에는 각 배우들에게 남길 수 있는 방명록과
인터뷰 형식의 질문이 적혀있는 메모지에 답을 하여
벽에 붙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실제 배우들이 앉아 인터뷰를 진행했던
르동일 작가의 에틱 의자에 앉아 인터뷰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체험존이 준비되어 있었답니다.
실제로 인터뷰가 진행되고 두가지 정도 질문과
답을 하며 찍은 영상을 큐알코드로 해서
다운받아볼 수 있더라구요.
일반인이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한다면
지나다니면서 뉴스 인터뷰정도가 다 잖아요?!
게다가 심오한 질문들을 받는 인터뷰라..
거의 경험할 수 없는 일인데
이 전시에서 해볼 수 있어서 꽤 값진 경험이었답니다.
표면적인 것들에 느낀점만 간단히 적는다고 적었는데도
길어진 것 같아요.
실제로는 전시를 보고 난 후에 다음날까지도
심오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전시였어요.
오랜만에 정말 괜찮은 전시를 본 느낌이었습니다.
episode 3. 결혼 기념일 꽃 바구니
2월 16일은 저희 부부의 결혼 기념일이랍니다.
올해로 5번째 결혼 기념일이 되었는데,
전날 외출을 하고 돌아왔더니
남편이 결혼 기념일 꽃 바구니를
서프라이즈로 준비해뒀더라고요.
저번에도 이용했던 샵에서 또 주문했나보드라구요.
다음날 해가 쨍쨍일때 다시한번 촬영 히히
진짜 나이가 들수록 꽃이 너무 좋으네요.
매일이 결혼 기념일이고 싶다.
보고 또봐도 너무 이쁘고…이쁘고 이쁘댜.
받은 꽃은 바구니에 이틀정도 뒀다가
집에 있는 화병에 나눠서 집안 곳곳에 두었어요 🙂
결혼 기념일에 뭐할까? 뭐할까?를
귀에 피가나도록 묻던 김스방,
저번주에 제가 계속 컨디션이 안좋아서
결국 집에서 먹기로 결정했는데요!
저희답게 소소하면서도 예쁘게 차려먹었어요.
저기 초 꽂아있는 쪼꼬미 타르트는
성수동에 있는 ‘발렁스’라는 곳에서 사왔는데요.
피스타시에랑 투몬이라는 이름의 디저트였는데
뭐 항상 그렇듯 맛있어봤자 거기서 거기겠지
마인드로다가 사와봤는데 정말 맛있네요.
찐 맛집 린.정.??
피스타시에(동그란거)도 맛있는데
투몬(네모난모양)이 더 맛남요!
성수가시는 분들 한번 드셔보시라요?
전 빵좋아하는 즈히 온니데리고 가서 먹고
포장해서 엄마도 맛보게 하려고요.
아참 그리고 이날 김스방에게도
좋은 일이 생겨서 이래저래 잔칫날이었어요.
마치 결혼 기념일 선물처럼 생긴 좋은 일??
처음만난 날부터 결혼까지 5년,
결혼한 날로부터 지금까지 5년
그래서 초를 5, 5를 꽂았어요 🙂
약 10년을 함께한 이 남자,
눈꼽만큼도 질리지 않는 걸 보니
제대로 잘 골랐다 싶어요!
이번 결혼 기념일 선물은
제가 좋아하는 의미있는 걸로
기념을 하고 싶은데 뭘로 할까하다가
예전에 봤던 빈티지 우표를 구입했어요.
각기 다른 나라에서
저와 김스방이 태어난 각각의 해에 만들어진 우표요!
마치 이 우표를 붙이고, 서로에게 온 편지처럼 ?
언제나 그렇듯 저만의 결혼 기념일 의미부여 뭐 그런거죠. 히히
예전 결혼 기념일때 강릉에 있는
노벰버 호텔라는 숙소에 다녀왔었는데요.
거기가 인테리어나 그런게
제가 좋아하는 유럽서탈이라 간 것도 있었는데
거기는 가면 1년뒤에 나에게 보내주는 편지를 쓰거든요?!
2021년에 쓰고 2022년에 받았는데
매번 본다본다 하다가 제가 최근에 뜯어서 보면서
결혼 기념일 선물로 이 우표를 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ㅋㅋㅋ
그래서 전시보러 간겸 성수 포인트오브뷰에 가서
골랐는데 제가 태어난 해도 딱 하나
남편이 태어난 해도 딱 하나 남아있어서
운좋게 딱 샀네요!!
결혼 기념일 선물로 특이하고 괜찮지 않나요?
올해 결혼 기념일 선물로 구입한 빈티지 우표는
즈히 부부의 스토리 벽 한군데에
자리를 잡아서 걸어둘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