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부는 경주라는 도시가 주는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정말 좋아해서
매년 한두 번은 꼭 시간을 내어 방문하곤 해요.
경주에 올 때마다 항상 발길이 닿았던
생고기 맛집인 대성식당이 있었는데,
얼마 전 방문해보니 사장님의 건강 문제로
더 이상 운영을 하지 않는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어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발길을 돌리던 중,
예전에 자주 찾았던 빽가네 뒷고기가
생각나서 오랜만에 다시 방문해보기로 했어요.
마침 대성식당으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해
있어 언젠가 꼭 다시 가봐야지 생각만 하던
곳인데 이번 기회에 다녀온
생생한 후기를 들려드릴게요.
주소 : 경상북도 경주시 인왕동 658-6
영업시간 : 매일 오후 5시~오후 22시
주차 : 별도의 주차장은 없음
가까운 공영주차장에 주차
경북 경주시 황오동 142-1

빽가네 뒷고기는 매일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 영업을 하는데,
별도의 전용 주차 공간은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차를 가지고 오시는 분들은 근처
공영주차장을 이용하시는 것이 좋아요.
저희는 경주 여행의 묘미를 살려 주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곤 하는데요.
최근에는 철길이 없어지면서 대릉원 인근에서
도보나 자전거로 접근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더라고요.
대성식당에서 헛걸음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마침 오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가게
건너편에서 30분 정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가 첫 손님으로 들어갔어요.


가게 내부는 테이블이 6개 정도로 아담한
규모라 식사 시간대에 딱 맞춰 가면
자리가 없을 수도 있어요.
워낙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은
곳이라 방문 계획이 있다면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하고 가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메뉴 구성

메뉴는 뒷고기가 대표적이고
목살도 판매하고 있는데, 목살은 두툼하게
제공되는 특성상 기본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고 해요.
저희는 고민할 것 없이 늘 먹던
뒷고기를 주문했어요.
요즘 물가가 많이 올랐는데도 여전히
소주가 4,000원이라는 점이
애주가들에게는 참 반가운 소식일 것 같아요.
식사류에 있는 된장찌개는 이곳의 필살기이니
잊지 말고 꼭 주문해 보세요.

메뉴에는 경상도 대표 소주인 참소주만
나와 있었지만 저희가 좋아하는
진로 이즈백도 있어요.
신선한 고기와 정성 가득한 밑반찬




주문을 마치고 잠시 기다리니 정갈한
기본 반찬들이 차려졌어요.
그중에서도 양푼에 듬뿍 담겨 나오는
상추 도라지 무침이 정말 일품이었는데,
새콤달콤한 양념 맛이 입맛을 돋워주어
고기가 익기도 전에 두 번이나
리필해서 먹을 정도였어요.

곧이어 메인 메뉴인 뒷고기가 등장했는데요. 예전에 사장님께서 말씀해주시길
도축업자들이 너무 맛있는 부위라 뒤로
빼돌려 몰래 먹었다고 해서
뒷고기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이곳은 도축장이 있는 김해에서 신선한
고기를 직접 공수해 오시기 때문에
고기의 질이 남다를 수밖에 없어요.
처음 뒷고기를 보면 비계 부위가 다소 많아
보여서 예전의 비계 삼겹살 논란을
떠올리실 수도 있지만, 이곳의 비계는
차원이 달라요.
불판 위에서 노릇하게 구워내면
비계 부분이 전혀 느끼하지 않고 오히려
쫠깃쫠깃한 식감을 자랑하거든요.

고기 맛의 절반은 화력이 결정한다고 하는데,
강력한 화력의 숯불 덕분에 고기 속까지
육즙이 꽉 가두어지며 맛있게 익어갔어요.
화력이 워낙 세서 한꺼번에 너무 많은 고기를
올리면 탈 수 있으니 먹을 만큼 조금씩 올려서
천천히 음미하며 드시는 것이 좋아요.
깊은 풍미의 된장찌개와 츤데레 사장님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함께 제공되는
간장 소스에 콕 찍어 먹으면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을 경험할 수 있어요.
고기를 어느 정도 먹었을 때쯤 별도로
주문한 된장찌개와 공깃밥이 나왔는데요.
이 된장찌개가 정말 압권이에요.
시중에서 파는 흔한 된장이 아니라 집된장
특유의 깊고 구수한 맛에 칼칼함이
더해져서 한 입 먹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와요.
제 아내는 평소에도 이 된장찌개 맛이
계속 생각난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더라고요.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만드는
진정한 밥도둑이었어요.
오랜만에 만난 사장님 내외분은 여전히
무뚝뚝한 듯하면서도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츤데레 같은 매력이 있으셨어요.
본인들이 내놓는 음식과 반찬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계신 모습이
오히려 신뢰를 주더라고요.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것을
챙겨주시는 그들만의 소박한 정이 느껴졌어요.
화려하지는 않지만 기본에 충실한 맛과
사장님의 뚝심이 더해져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하고 있었어요.
경주의 밤을 마무리하는 완벽한 선택
오랜 시간 기다려 맛본 빽가네 뒷고기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맛이었어요.
이제는 추억 속으로 사라진 단골집에 대한
아쉬움을 충분히 달래줄 만큼
만족스러운 식사였거든요.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경주의 밤공기가 기분 좋게 느껴졌어요.
자전거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마주한 경주의 야경은 고기 맛만큼이나
달콤하고 여유로웠어요.
화려한 맛집들도 많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한자리를 지키며 변함없는 맛을 선사하는
곳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어요.
당분간 경주에서 고기가 생각날 때면
저희 부부는 주저 없이 이곳으로
향하게 될 것 같아요.
신선한 고기의 육질과 잊을 수 없는
된장찌개의 맛, 그리고 경주가 주는 특유의
감성이 어우러져 이번 여행에서도 소중한
기억 하나를 더 쌓을 수 있었네요.
경주 여행 중에 현지 느낌 물씬 나는 진짜
맛집을 찾고 계신다면, 투박하지만 진정성
있는 빽가네 뒷고기에서 든든한 한 끼를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쫄깃한 뒷고기 한 점에 소주 한 잔 기울이며
경주의 밤을 만끽해 보시길 바라요.


